지금 시대는 감정이 없어야 유리한 시대이다. 서로를 밀고 떨어뜨려야 본인이 올라갈 수 있는 구조. 방금 전까지 함께 밥을 먹던 동료를 내치고, 함께 술잔을 기울이던 직장상사를 퇴직시켜야 내가 올라갈 자리가 생긴다. 감정은 사치. 감정도 돈이 있고 여유가 있어야 가질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누구는 어릴때부터 감정이 없는 윤재를 부럽다고 할지도 모른다. 감정을 죽이는 연습을 하는 과정에서의 힘든 경험을 겪지 않아도 될테니. 하지만 너무 이른 슬픔은 아이를 철이 들게 한다고 한다. 아무리 감정을 죽이는 것이 힘들어도. 부모 없이 사는 것만큼 힘들진 않다. 그것도 부모의 죽음을 눈앞에서 목격했다면 더 그럴 것이다. 윤재는 감정을 지우려는 사람들과 반대로 감정을 찾고자 한다. 당신의 감정은 지금 얼마나 남아있는가? 라는 것을 묻는 듯한 기분이 책을 읽는 내내 들었다